슬개골 탈구인줄만 알고 수술할 병원만 엄청 찾아봤더니정작 그렇게 다리를 끌고 다니는 건 슬개골 문제가 아니라니…다른 병원에서는 고관절 문제일 수도 있다고 해서 그것도 엄청 찾아봤는데 결국 둘 다 아니고 뇌신경 문제였다.슬개골은 물론 탈구되어 있지만 다리를 저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소변 볼 때 빼고는 제 집에만 있는다는 후추 후추는 서서히 곡기를 끊고 있다.밥과 간식 둘 다 잘 먹던 아이가 밥양을 줄이더니 거의 먹지 않기 시작했고 그때만해도 단순히 밥투정인 줄 알았다.갑자기 다리를 절어서 병원에 갔을 땐 슬개골 탈구라고 했는데 일주일 지난 후 다리를 끌고 갈 정도로 심각해졌다.아파서 먹지 않는 건지, 그러기엔 츄르를 너무 잘 먹어서 역시나 아픈 거랑은 상관 없겠지 싶어 애를 우리집에 데려오기도 했었다.소변을 제대로 못 볼 정도로 상태가 너무나 심각하다는 걸 인지하고 다시 병원에 데려갔다.코로나 바이러스 돌연변이로 인한 복막염이 의심되고, 그럴경우 뇌신경에 영향을 줘서 다리를 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그러나 혈액검사 결과 코로나 바이러스는 양성이었으나 기타 다른 부분에서는 복막염으로 진단할만한 것이 없었다.그렇게나 못먹었음에도 신장, 간, 위, 장 모두 깨끗하고 괜찮고 에이즈나 백혈병 검사에서도 음성, AG수치도 FIP라고 볼 수 없는 0.6이상이 나왔다.그러나 염증은 58이상으로 정상범위의 10배가 넘어갔다. 지금 상황에서는 MRI와 척수검사로만 FIP인지 아닌지 알 수가 있고, 혈액 검사만으로는 확정지을 수가 없어서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를 투약하기로 했다.이날 한 검사만 50만원이 넘는다. MRI는 100만원이 넘을 수 있다고 한다. 거기까진 해줄 수 없을 것 같고 병명도 모른채 보낼 수도 있다는 게 마음이 아파서 혈액검사를 했건만 그걸로도 뭔가 확정할 만한 진단이 안 나온 게 속이 상한다. MRI 한다고 해서 병명이 나올지 사실 알 수도 없다.귀엽고 착한 후추.. 병원에서 채혈하고 결과 나오는 동안 잠깐 병원에 맡겼는데 다시 데리고 나올 때 보니 온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맡기지 말걸… 혈액검사 나올 동안 같이 기다릴걸…동공이 확장되고 힘이 없이 킁킁 대기만 하는 걸 보니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후추야부르니까 소리도 못내고 입만 야옹하고 벌렸다.약은 하루에 두 번, 7일치를 받아왔다. 만약 일반 바이러스라면 이 약이 받을 것이라고 했다. 밥을 안 먹더라도 약은 꼭 먹이라고 했는데 약 먹이면 놀라서 숨어 버린다. 빈 캡슐에 가루약을 넣어 목구멍 쪽으로 넣는 방식인데 아직 뱉은 적은 없지만 아침엔 켁켁 댔다고 한다.어딘가 아프니까 먹지도 않고 누워만 있겠지 싶은데 엄마는 그렇게 아픈애가 엄마 손은 핥으려고 한다고, 후추야 힘든데 하지 말라고 그랬단다.지금은 안아주는 것도 싫어하고 몸을 만지는 것도 싫어하고 머리를 쓰다듬는 것만 좋아서 골골댄다는데, 아픈애가 울지도 않고 너무 순하고 착해서 마음이 더 아프다.우리는 보내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약 먹고 괜찮아지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런저런 검사로 고생시키지 않고 보내주려고 한다.슬프다…